솔이 잠에서 깼을 때 창밖은 어둑했고 한노아 1집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잠시 몽롱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달이의 귀가 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닫고 얼른 핸드폰을 들었다. 유치원 교사는 벌써 수시간 전에 달이가 떠났다고 했고 달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이럴수가, 어쩜 이렇게 매일 자격 미달일까. 일단 무조건 나가서 찾을 생각으로 옷을 집어드는데...
달이를 만난 새벽, 노아는 좀비같은 꼴로 병원에 귀환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두통에 비틀대며 걷는 그를 보며 간호사들이 경악했다. 병실에는 가져가지도 않은 핸드폰에 연거푸 부재중 전화를 거는 중이던 정실장이 있었고 눈 마주치자마자 욕을 지껄였지만 바로 그 타이밍에 노아가 쓰러지는 바람에 충분히 야단을 치지는 못했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만 하루 후에 노...
노래를 마친 달이는 노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저씨, 울어요?” 노아는 급하게 눈을 훔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너 요즘 바쁘니?” “…예?” “나랑 몇 번만 더 만나줄 수 있니?” 달이는 부담스러운 그 부탁에 인상부터 썼다. “제가 왜요?” “그냥, 오늘처럼 만나서 노는 거야. 너 밥도 사고 간식도 사주고.” “혹시 제가 유치원생이라는 ...
“…” 노아는 고통으로 흐려진 눈에 힘을 주었다.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보면서도 스스로 되묻게 됐다. 동그랗고 동공이 큰 눈, 하늘하늘 가느다랗고 복슬거리는 머리카락, 하얗고 통통한 볼. 아무리 봐도 ‘솔’이었다. 다만 나이가 지나치게 어렸다. 분명 그 형, 나보다 두 살 위였는데? 심지어 7년 전에도 이미 스무살 이었는데. 눈앞의 솔은 기껏해야 다섯...
“…응?” 솔이 흘끗 차도를 돌아보았다. 분명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았는데? 기타현을 손으로 잡고서 고개를 뺐다가 이름 모를 행인들만 보다가 다시 앞을 보고 노래를 이어갔다. 왜소한 몸집 덕에 그는 보통 크기의 기타도 커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저녁이면 붐비는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멈춰서서 듣는 사람도 없는데, 솔은 입을 열고 목소리를 냈다. 관객이 없을수...
퍽! 두꺼운 유리가 패이는 소리에 녹음실 안팎에 있던 스탭들이 모두 기절할듯 놀랐다. 지진인가? 천재지변? 감히 사람이 그랬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도 못했다. 그 안에 있는 장비라면 뭐든 업계 최고가였기 때문이다. 초호화 유리 방음벽에 마이크로 내리꽂은 건 한노아였다. 헤드폰을 채 벗지도 않고 통제하지 못한 분노에 이를 악물고서, 노아가 유리에 박아넣은 폴...
음악 얘기가 주가 되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 속에 음악이 많이 차용되었고 제가 들으면서 쓴 음악도 있고 연재 당시 독자님들이 언급, 추천 주신 음악도 있어서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소설 목차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써내려갈 예정이니 스포일러를 꺼리시는 분들은 읽고 계신 파트를 확인하시고 속도를 맞춰서 내려주세요~~~ 1. 재회 2. 파멸 1) 환생...
계절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친구랑 도플갱어 얘기를 했다. 나랑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대. 그런 디스토피아가 오는 거야. 사람들이 자꾸 죽어나가는 거지. 근데 눈만 가리면 되는 거야? 그럼 안면인식장애인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가끔 나도 내가 이해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시기가 있는데 이거 쓸 때가 그랬던 것 같...
#은퇴한아이돌 #재회 #연하공 #분노조절장애공 #집착공 #도망수 #노래천재수 #착한수달수 솔. 영어로 하면 태양. 우리말로 하면 소나무. 솔아 라고 부르면 소라, 가 되고 솔이형 이라고 부르면 소리 형, 이 되어서 난 그의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형은 쨍쨍한 낮에는 태양 같았고 바람 부는 그늘 아래선 소나무 같았고 노래를 부르면, 소라를 귀에 ...
난 이 소설을 되게 좋아하는데 연재하다가 너무 조회수가 0이라 후다닥 지우는 바람에 연재 후기가 없어서 아쉽다. 그래서 당시 썼던 일기를 읽어봤다. 그때는 2018년 8월...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매일같이 욕을 처먹던 상황이었다. 업계의 꼰대들에게 어떤 공격들이 동일하게 들어와서 내 취향이나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지 매일같이 의심하고 가스라이...
독자님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넘 애절찌통이라 독자님들이 과연 계실까 의심하면서 썼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완결을 낼 수 있을까 후반부까지도 계속 의심했거든요. 꼭 가야하는 전개가 있는데 가기가 어려워서 중간에 좀 포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근데 모과와 아벨이의 행복을 바라는 여러분의 댓글 읽...
안녕하세요? 당사자Z 입니다. 저한테 시기나 의미적으로 중요한 소설이었기에 후기를 잘 써보고 싶은데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처음 이 글을 떠올린 건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갔을 때였어요. 어느 코티지에 묵었고 소설 표지에 쓰인 사진도 그때 찍은 거예요. 그 코티지의 주인분께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분이 아침식사를 주시고는 식빵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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